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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야치] Miracles In December야치른(谷地受け)/스가야치 2016. 2. 1. 03:36
"하아─." 약속 시간보다 조금 더 빠른 시각. 만나기로 한 역 앞은 반짝이는 일루미네이션들을 구경하는 커플들로 가득하다. 나도, 그렇게 보일까. 네가 오면, 너와 함께 걸으면, 다른 사람들도 우리를 커플로 본다거나─할까? 그런 생각을 하니 왠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괜히 손 장난을 치기도 하고, 몸을 풀어보기도 하고, ─핸드폰 배경화면을 띄워 네 사진을 보기도 한다. "……몰래 찍은 사진은, 역시 좀 기분 나쁘겠지." 실은, 찍으려고 마음 먹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 때가 아마 어느 날의 점심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는 점심을 다 먹고, 남은 시간에 복도로 나와 햇볕을 받으며 겨울철 도통 하기 힘든 광합성을 하는 중이었다.(물론 솔직히 말하면 그냥 햇볕을 받으며 조는 중이었지만) 그 순간, 갑작스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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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야치] 소나기야치른(谷地受け)/오이야치 2016. 1. 25. 06:53
"아…." 후두둑. 후두둑. 일기 예보를 보지 않은 나의 잘못일까. 미팅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자, 한 두 방울 떨어지는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이런. 양복이 젖음 큰일인데. 그렇다고 서류 가방을 우산으로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직 다음 미팅까지는 시간이 꽤나 있었고, 장소도 여기서 그다지 멀지 않는 곳에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럼, 비가 그칠 때 까지 잠깐 근처에서 비를 피하도록 할까. 크게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빠르게 근처 커피숍으로 내달렸다. - - -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 2층 창가 쪽의 구석진 자리에 몸을 앉혔다. 머그컵의 따뜻한 온기와, 뜨겁고 진한 커피 향이 코를 찔렀다. ─그러고보니, 너는 아메리카노를 못 마셨지. 그래서 늘 아메리카노를 시키는 나를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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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야치] 만약에야치른(谷地受け)/아카야치 2016. 1. 25. 04:56
만약 내가 오늘 저녁인 카레를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면 좋았을까나. 너는 심하게 얼굴을 찌푸리고, '그만 먹어도 되'라고 했던가. * * * * 분명 서로 좋아서 만나고 있었을텐데, 어째서 이런 식이 되어버리는 걸까. 눈의 콩깍지가 벗겨지면서, 우리는 서로의 나쁜 점만을 보고, 헐뜯고, 싸우기 바빴을 뿐. 서로를 그루밍 해 준 것이 벌써 언제적 일일까. 꽤 예전 일이라 이제는 기억을 더듬기도 지친다. 처음은 별 거 아닌 것이 '시작'이었다. 딱히 그 누구도 '시작'이라 외치지 않았지만, 눈이 마주치는 횟수가 늘어나고, 손을 다잡는 횟수가 늘어나고, 껴안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시작'된 것이었다. 어렸을 적 부터 자연스럽게 함께였기에, 커서도 그건 당연하리라고 생각했는데, 그 '함께'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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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야치] sing for you야치른(谷地受け)/스가야치 2016. 1. 12. 21:47
"얏쨩, 하츠모우데(初詣で첫 참배), 혹시 달리 누군가랑 갈 약속 같은 거 정했어?" 문득 들어온 질문에 야치는 눈동자를 도륵, 도륵, 굴리며 머리를 회전 시켰다. 하츠모우데……. 바로 떠오르는 약속은 없었다. "아, 딱히 없는데요오…." 배구부에 들어온 지 꽤 됐지만, 아직도 선배들을 대하는 건 조금 힘들다. 특히 그는. 야치는 살짝 말 끝을 흐리며 대답했다. 어쩌면, 조금 바보 같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물론 그런 식으로 생각할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좋은 모습만을 보이고 싶다. 특히 그에게는. 좋아, 다음 번에 선배가 말하면 똑바로 정신 차리고 제대로 대답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야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음 말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그럼,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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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키야치야마] 들려주고 싶은 것은야치른(谷地受け)/etc 2016. 1. 7. 16:21
말은 어렵다. 무슨 말이냐 하면, 그러니까 말은 어렵다는 것이다. 자신이 생각한 것을 입 밖으로 내 놓는 것은 큰 리스크가 따르는 일이다. 언변이 좋지 않으면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상반되는 뜻으로 상대방은 받아들이고 만다. 물론 말 속에 담긴 진심을 알아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건 쉽지 않다. 상당한 운이 없으면 평생 그런 사람과는 조우하지도 못한 채 오해와 비약으로 점철된 인간 관계를 이어나가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츳키, 같이 돌아가자?" 츠키시마의 경우는, 어느 쪽이냐 하면 그 '운'이 상당한 쪽이었다. 어렸을 적 우연히 만나게 된 야마구치는, 자신이 어떤 가시 돋힌 말을 해도 가시 속의 알맹이를 알아 주었다. 그랬기에 그는 야마구치만 있다면, 솔직히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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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야치] 유레카는 밤에만야치른(谷地受け)/쿠로야치 2016. 1. 2. 07:18
“저어기…….” 익숙한 목소리가 아침 햇살을 타고 들어와 그의 등을 감싼다.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자, 여느 때와 같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밝게 웃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찬다. 똑같이 미소로 화답하며 몸을 일으킨다. “어서 오세요.” “……헤헤, 안녕, 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네, 좋은 아침이에요.” 그녀의 살짝 서툰 인사는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점이 또 그녀의 귀여운 점이리라. “아, 오늘은 야치씨가 좋아하던 꽃, 들어 왔어요.” “앗, 지, 진짜요? 신난다!” “진짜죠 그럼. 하하, 잠시만요. 여기에…….” 구석에 놓아뒀던 상자를 들어, 그녀의 앞으로 가져 온다. 상자를 봉하고 있던 테이프를 제거할 적부터 이미 그녀는 상자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그녀의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