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치른(谷地受け)/스가야치
-
[스가야치] Miracles In December야치른(谷地受け)/스가야치 2016. 2. 1. 03:36
"하아─." 약속 시간보다 조금 더 빠른 시각. 만나기로 한 역 앞은 반짝이는 일루미네이션들을 구경하는 커플들로 가득하다. 나도, 그렇게 보일까. 네가 오면, 너와 함께 걸으면, 다른 사람들도 우리를 커플로 본다거나─할까? 그런 생각을 하니 왠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괜히 손 장난을 치기도 하고, 몸을 풀어보기도 하고, ─핸드폰 배경화면을 띄워 네 사진을 보기도 한다. "……몰래 찍은 사진은, 역시 좀 기분 나쁘겠지." 실은, 찍으려고 마음 먹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 때가 아마 어느 날의 점심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는 점심을 다 먹고, 남은 시간에 복도로 나와 햇볕을 받으며 겨울철 도통 하기 힘든 광합성을 하는 중이었다.(물론 솔직히 말하면 그냥 햇볕을 받으며 조는 중이었지만) 그 순간, 갑작스레 ..
-
[스가야치] sing for you야치른(谷地受け)/스가야치 2016. 1. 12. 21:47
"얏쨩, 하츠모우데(初詣で첫 참배), 혹시 달리 누군가랑 갈 약속 같은 거 정했어?" 문득 들어온 질문에 야치는 눈동자를 도륵, 도륵, 굴리며 머리를 회전 시켰다. 하츠모우데……. 바로 떠오르는 약속은 없었다. "아, 딱히 없는데요오…." 배구부에 들어온 지 꽤 됐지만, 아직도 선배들을 대하는 건 조금 힘들다. 특히 그는. 야치는 살짝 말 끝을 흐리며 대답했다. 어쩌면, 조금 바보 같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물론 그런 식으로 생각할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좋은 모습만을 보이고 싶다. 특히 그에게는. 좋아, 다음 번에 선배가 말하면 똑바로 정신 차리고 제대로 대답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야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음 말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그럼,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
[스가야치] 선악과 ②야치른(谷地受け)/스가야치 2015. 12. 28. 11:09
* 약NTR의 표현이 있습니다.* 캐릭터 붕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약한 수위 표현이 있습니다.* 거부감이 드시는 분들은 뒤로←를 눌러주세요. 침착하자. 냉정하게 생각하자. 스가와라는 몇 번이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앞에 있는 커피를 연신 벌컥댔다. 뜨거운 커피가 목 구멍을 태우며 지나가자, 그 아픔에 몇 번이고 안 좋은 쪽으로 빠져들던 정신이 퍼뜩 든다. 그래,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그냥 과제를 하러 간 것임에 틀림 없다. 마침 딱 필요한 자료가 쿠로오의 집에 있어서, 같은 과의 친한 선배니까, 그를 남자로 의식하지 않으니까 아무 생각 없이 그의 집에 따라 들어 간 것이다. 히토카는 둔하고, 눈치가 없는 편이었다. 그러니까 분명……. “하아.” 미치겠다. 안 그래도 시미즈나 사와무라의 문제로도..
-
[스가야치] 선악과 ①야치른(谷地受け)/스가야치 2015. 12. 26. 23:06
* 약NTR의 표현이 있습니다.* 캐릭터 붕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약한 수위 표현이 있습니다.* 거부감이 드시는 분들은 뒤로←를 눌러주세요. 서로의 관계가 ‘틀렸다’는 것은, 그러니까, 타인이 보기에 ‘윤리’에서 어긋났다는 것은 무척이나 잘 깨닫고 있는 부분이었다. 적어도, 스가와라는 그럴 터였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것은 제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는 서로의 관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관계를 멈출 수가 없었다.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은 제하면 제할수록, 더욱 그것을 갈망하는 심리 상태가 되는 것이다. 몇 번이고 그녀를 잊으려 했고, 선을 그으려 했다. 연락을 끊기까지 해보았지만, 결국 스가와라는 다시 그녀를 찾았고, 더욱 그녀를 깊이 탐했다...
-
[스가야치] 평범히 나이를 먹는 것 조차야치른(谷地受け)/스가야치 2015. 12. 23. 05:09
"……천국에 가자." 야치의 뜬금 없는 말에 스가와라는 사과를 깎던 손을 멈칫 멈추었다. 하마터면 과도로 자신의 손가락을 베일 뻔 했다. 위험했다아. 안도의 한숨을 한 번 내쉬고, 반 정도 깎인 사과를 마저 깎기 시작하며 묻는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히토카?" 그러나 야치는 스가와라의 물음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 창 밖의 노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자신은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단 듯이. 또 무시인가. 스가와라는 깔끔하게 깎여진 사과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내었다. 그녀가 자신을 이렇게 무시하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기에, 그는 그녀의 무시를 의연하게 넘길 수 있었다. "자, 히토카. 아- 해야지." 스가와라는 깔끔히 깎인 사과를 작은 포크로 집어 야치의 입에 가져다 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