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치른(谷地受け)/아카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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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야치/조각글] 푸른 새벽야치른(谷地受け)/아카야치 2016. 3. 4. 01:30
"전부, 돌려주세요." 붉어진 눈시울에 핏줄이 올라선다. 너의 큰 눈이 눈물이 고이는 것을 받아내지 못한 채, 힘 없이 내려앉는다. 나는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다. 이제는, 어느 것이 옳은지 그른지. 옳고 그름조차 판단할 수 없다. 내가 지금에라도 달려나가 너를 이 품에 안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그저 너를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옳은 것인지. 너는 곧 힘없이 숙였던 고개를 바짝 쳐들고 격양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전부, 돌려주세요… 그러지 못한다면… 버려주세요…. 제발…." 너는 버리라고 말했다. 내가 가진 너를. 내가 가진 너와의 추억들을. 내가 받은 네 마음을. 전부, 전부 내 손에서 놓으라고 말했다. 한아름 안은 너를, 한아름 안은 너와의 추억을, 한아름 안은 네 마음을. 너는 돌려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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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야치] 만약에야치른(谷地受け)/아카야치 2016. 1. 25. 04:56
만약 내가 오늘 저녁인 카레를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면 좋았을까나. 너는 심하게 얼굴을 찌푸리고, '그만 먹어도 되'라고 했던가. * * * * 분명 서로 좋아서 만나고 있었을텐데, 어째서 이런 식이 되어버리는 걸까. 눈의 콩깍지가 벗겨지면서, 우리는 서로의 나쁜 점만을 보고, 헐뜯고, 싸우기 바빴을 뿐. 서로를 그루밍 해 준 것이 벌써 언제적 일일까. 꽤 예전 일이라 이제는 기억을 더듬기도 지친다. 처음은 별 거 아닌 것이 '시작'이었다. 딱히 그 누구도 '시작'이라 외치지 않았지만, 눈이 마주치는 횟수가 늘어나고, 손을 다잡는 횟수가 늘어나고, 껴안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시작'된 것이었다. 어렸을 적 부터 자연스럽게 함께였기에, 커서도 그건 당연하리라고 생각했는데, 그 '함께'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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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야치] Cage야치른(谷地受け)/아카야치 2015. 12. 31. 06:04
※ 얀데레 요소※ 선정적 표현 몇 시간을 혼자 울고 있었던 걸까, 이제 더 이상 울 힘도 남아있지 않은 듯 어깨만을 움찔거리며 ‘히끅, 히끅’ 소리를 낸다. 눈두덩은 이미 붉게 부어 안쓰러울 정도였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세면대에서 손에 뭍은 붉은 액체를 덤덤히 씻어 내다, 문득 거울을 본 ‘나’는 볼멘 소리를 냈다. “……아-, 얼굴에도 튀겼어, 이 자식.” 아직 붉은 기가 채 가시지 않은 손으로 벅벅 얼굴에 뭍은 얼룩을 지워낸다. 비릿한 철의 냄새는 언제 맡아도 적응이 되질 않는다.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며 수도꼭지를 잠근다. “후.” “……히끅.” 바람이 빠진 풍선 마냥 거실 바닥에 널브러진 그녀를 ‘나’는 무덤덤하게 내려다본다. ‘내’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그녀에게 가까워질 때 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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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야치] 붉은 실アカイト야치른(谷地受け)/아카야치 2015. 12. 21. 02:10
─가족에게 온 우편물들이 질서 없이 꽂혀있는 우체통에 아카아시는 그 날 따라 왠지 눈길이 갔다. 평소 같으면, 각자가 알아서 정리하려니 하며 그를 무시하고 현관으로 직행했겠지만 그 날 따라 왠지 문득 그 우편물들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평범한 가정집에 오는 우편물이라 해봤자 각종 세금 고지서들이나 홍보지 등이 대부분이었지만. 아카아시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건 어머니, 이건 아버지… 이건 이번 달 가스요금이고….' 라고 중얼거리며 우편물들의 정리를 해나갔다. '그리고 이건….' 우체통에 꽂혀있던 우편물을 거의 다 분류했을 무렵, 아카아시는 한 편지 봉투를 발견하고 손을 멈추고 말았다. 『아카아시 선배에게』 동그랗게 귀여우면서도 정갈하게 적힌 그 글씨체는 단번에 누군가를 회상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