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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게야치] Just Be friends 下야치른(谷地受け)/카게야치 2015. 12. 21. 01:39
아무리 연습을 해도, 어째서인지 실력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평소에는 쉬이 해내던 리시브마저 실수를 하고 마는 내 모습에, 팀원 모두가 나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한 편에는 걱정하는 마음도 있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 때의 난 그런 것까지 신경쓸 심적인 여유가 없었다. 심지어는 코치와 고문 사이에서 시합에 출전 시키냐, 마느냐란 소리까지 나오고 있었으니, 내 심리적 압박감은 극에 달해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런 와중에도 나는 야치와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었다. 그렇게나 여유가 없었음에도 나는 너와의 인연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게 애정이었는지, 미련이었는지는 지금 와서 생각하면 부질 없는 짓이다. "토비오 군!" 네가 웃으며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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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게야치] Just Be friends 上야치른(谷地受け)/카게야치 2015. 12. 19. 05:39
나는 네가 보고있는 그 끝에 서 있는게 설령 내가 아니라 해도, 너를 계속 좋아할 수 있을 거라고 자만했다. 사람이라는 것은 정말로 어리석어서, 이 좋은 순간이 언제까지나 지속 될 것이라는 착각을 한다. 여러 매체에서, 주변에서 사람과 사람 간의 이별들을 목격해도 그것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간과하는 것이다. 나도 그리고 너도, 너무 어렸던 것이다. '사랑'을 논하기엔 우리는 아직 너무 어렸고, 미숙했다. 자신에 대해서도, 서로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렇게 너무나도 미숙한 만남 끝에, 이별을 고한다. "야치 상, 이거!" "아, 고마워. 히나타 군." 너는 언제나 조금 멀찍이서 떨어져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정도도 눈치 못 챌 정도로 둔하지는 않았던 나였다. 하지만 그게 과연 어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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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야치] 비가 그치면야치른(谷地受け)/쿠로야치 2015. 12. 15. 02:28
아마 나는 너에 대해서 굉장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네가 날 떠나지 않을거라는, 그런 묘한 자신감 속에 나는 그렇게 너를 떠나보냈다. 그 날은 비가 내렸다. 늘 같은 시각에 일어났건만, 평소보다 어둑한 방 안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끼며 이불을 걷어내자 온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다. 팔뚝을 비비며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젖혔다. 짙은 회색빛 먹구름이 하늘을 가득 에워싸고, 빗줄기가 꽤나 세차게 내리치고 있었다. ─한 겨울에 비라니. 혓바닥을 차며 고개를 돌려 탁상 시계를 바라보았다. 8시 20분. 야치와의 약속은 점심에 잡혀 있었다. 늘 나의 시간에 맞추어 주던 네가, 어째서인지 오늘만은 자신이 먼저 시간을 정해 약속을 잡아왔다. 딱히 그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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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흑/아카쿠로]- 2013. 12. 3. 02:29
아무도 없었다. 그래, 아무도 없다. 그 안에 나를 품지 않은 너 따위는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너를 갖지 못한 나도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붉은 머리가 희뿌연 바람에 미적지근하게 흔들린다. 언제나 붉게 타오르는 것 같았던 그의 머리칼은 바람의 탓인지 조금, 아주 조금 탁하게 보였다. -. “테츠야.” 그의 목소리에 갈고리라도 달려있는 듯, 쿠로코는 문고리를 잡았던 손을 거둔 채 다시 그의 옆자리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벌써 몇 시간째 이 의미없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아카시군.” “응?” “대체 저를 부른 이유가 뭡니까?” “이유?” 아카시는 알 수 없는 말들이 적혀져 있는 책에서 시선 한 번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늘 있는 일이지만, 겪을 때마다 화가 나는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