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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로야치] 유레카는 밤에만
    야치른(谷地受け)/쿠로야치 2016. 1. 2. 07:18








    저어기…….”

     

    익숙한 목소리가 아침 햇살을 타고 들어와 그의 등을 감싼다.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자, 여느 때와 같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밝게 웃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찬다. 똑같이 미소로 화답하며 몸을 일으킨다.

     

    어서 오세요.”

     

    “……헤헤, 안녕, 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 좋은 아침이에요.”

     

    그녀의 살짝 서툰 인사는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점이 또 그녀의 귀여운 점이리라.

     

    , 오늘은 야치씨가 좋아하던 꽃, 들어 왔어요.”

     

    , , 진짜요? 신난다!”

     

    진짜죠 그럼. 하하, 잠시만요. 여기에…….”

     

    구석에 놓아뒀던 상자를 들어, 그녀의 앞으로 가져 온다. 상자를 봉하고 있던 테이프를 제거할 적부터 이미 그녀는 상자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그녀의 두근거림이 그에게까지 옮겨오는 것 같아서, , 쿠로오 테츠로는 저도 모르게 가슴을 부여잡았다.

     

    “……, 어디 안 좋으세요?”

     

    갑자기 손길을 멈추고 가슴을 부여잡는 쿠로오를 본 그녀, 야치 히토카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정신을 차린 쿠로오는 손을 내저으며 괜찮다는 의미로 웃어 보인다. 그에 야치는 안심한 듯 다시 상자로 시선을 돌린다.

     

    반짝거리는 눈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금발이, 장난을 치기 전 어린아이 같은 생기 있는 미소가, 꼭 쥐고 있는 작은 주먹이.

     

    -      두근.

     

    심장의 고동이, 빨라진다.

     

     

     

    *

     

     

    예쁘다…….”

     

    야치가 원하는 꽃을 고르고, 그것을 포장하기까지. 쿠로오가 그녀와 함께 있을 때 가장 좋아하는 때였다. 아름다운 꽃과 그 꽃을 정갈한 솜씨로 다듬어내고 포장하는 쿠로오의 손놀림에만 집중하느라 야치를 바라보는 쿠로오의 시선을 그녀가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 다 됐습니다.”

     

    그래서 포장이 다 된 꽃을 그녀에게 건네줄 적이면, 쿠로오는 조금 아쉬우면서도 쓸쓸한 기분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그녀의 얼굴을 제 맘껏 보지 못하게 되는 이유도 있었지만, 꽃을 받아 든 그녀가 꽃집에서 할 일은, 꽃 값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 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와아, 오늘도 정말 너무 예뻐요! 쿠로오씨, 정말 감사합니다!”

     

    뭘요.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당신은 오늘도 꽃보다 더 예쁘네요.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이, 목구멍 근처에서 맴돈다. 꿀꺽. 내뱉지 못한, 아마 앞으로도 뱉지 못할 말을 도로 밀어 넣으며 쿠로오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소꿉친구인 켄마가 본다면 기겁을 하며 질색을 할 미소. ‘쿠로는 남들 앞에서 웃지 않는 게 좋겠어.’라는 말까지 들었던 역사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미소에도, 그녀는 한 점 흐림 없는 미소로 화답해준다.

     

    그럼 내일 또 올게요!”

     

    꽃다발을 품에 안고서 한동안 꽃의 내음을 맡던 그녀는 꽃집의 입구로 몇 발자국 내디디고는 문득 뒤를 돌며 쿠로오를 향해 오늘의 작별 인사를 한다.

     

    그 반동으로 하얀 롱 원피스가 펄럭이며 그 새하얗고 얇은 발목 언저리를 휘감고, 넓은 챙 모자가 그녀의 머리를 벗어나려는 것을 아슬아슬하게 잡아 누르며 그녀가 혀를 내밀고 웃는다.

     

    , 헤헤헤. 안 되겠네요. 이렇게 덜렁여서야……. 일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아니요, 무슨, 그런 말씀을. 야치씨는 그대로 좋은걸요.”

     

    역시, 쿠로오씨는 정말 상냥하세요.”

     

    그런, 전혀……. 저야 말로, 친절한 건…….”

     

    야치씨에게 뿐인걸요. 쿠로오가 마지막 말을 뱉으려는 순간이었다.

     

    ♪♬♩♪

     

    , 죄송해요!”

     

    야치의 핸드폰이 울리며 그의 입을 막는다. 야치는 허둥지둥 오른쪽 어깨에 매고 있던 도트 백에 손을 찔러 넣어 핸드폰을 찾았다.

     

    이윽고 핸드폰을 찾아낸 야치는 핸드폰을 자신의 귓가에 가져다 대며 쿠로오에게 손짓으로 인사를 하고, 입 모양으로 사과했다.

     

    죄송해요.’

     

    뭘요. 신경 쓰지 마세요.’

     

    입 모양으로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한껏 미소를 내 보인다. 그리고 곧 야치가 까딱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전화를 받으며 가게를 나선다.

     

    “……하아.”

     

    그녀의 모습이 멀어져 가자, 이제야 긴장이 풀려 카운터 위로 늘어지는 쿠로오였다.

     

    야치씨…….”

     

    전화 온 거, 분명 야치씨의 남자 친구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침울해진다. 그는 가끔 야치와 함께 가게에 와서 꽃을 골라가고는 했다.

     

    그는 근처 상가에서 꽤 큰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는 젊은 사장으로, 가게 앞에 장식해 둘 꽃은 예전부터 쿠로오의 가게를 이용하고 있는 나름의 단골 손님이었다. 야치가 자신의 가게에 오게 된 것도 그의 추천으로, 어찌 보면 야치와 만나게 해 준 공자(功者)라면 공자였다.

     

    하지만 단골이라손 쳐도 그 자신이 꽃을 사러 온 적은 적었고, 어지간하면 전화 주문을 했고, 꽃을 배달하러 가도 인수자는 대부분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었기 때문에 그와 말을 섞어본 적은 손에 꼽았다.

     

    그대로 이 마을에서 나름 큰 레스토랑의, 그것도 젊은 사장으로 앉아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유명세로 그의 이름 정도는 쿠로오도 얼핏 들어 알고는 있었다.

     

    오이카와 토오루…….”

     

    그의 이름에 이어서는 늘 깊은 한숨이 따른다. 쿠로오는 쓴 웃음을 지으며, 널브러졌던 몸을 일으켰다.

     

    “……자아, 일 하자 일.”

     

    우울한 기운을 떨쳐버리는 양, 시원하게 기지개를 한 번 펴고서 카운터를 나와 쿠로오는 입구 한 켠에 세워진 빗자루에 손을 뻗었다.











    [쿠로야치] 유레카는 밤에만

    written by WOOUL







    계속 쓸 수 있을지??? 헤...

    제목 짓는 거 어려워성 bgm 이름에서 따왔읍니다

    제목에 뜻 없다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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