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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로야치] 비일상(非日常)
    야치른(谷地受け)/쿠로야치 2016. 3. 4. 01:15










     "요 며칠간 연달아 매스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살인 사건. 여러분 모두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텐데요. 현재 그 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수사 도중 도주한 것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용의자의 최종 목격지는 미야기 현의……."


     세상이 흉흉하다, 흉흉하다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방에서 화장실로, 화장실에서 부엌으로, 부엌에서 방으로.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출근 준비에 여념이 없던 히토카는 열린 제 귀를 타고 들어오는 뉴스 보도의 내용에 쯧- 혀를 찼다. 뉴스에서는 말끔하게 차려 입은 아나운서가 용의자가 가장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을 사진 자료로 띄우며 근처 주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요하고 있었다.

     '앗차, 저기 우리 집 근처잖아? 세에상에나. 정말 흉흉하네.'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소름에 몸을 한 번 부르르 떤 히토카는 '오늘도 늦을텐데, 무서워서 어쩌지….' 등의 생각을 하며 소파 위에 걸쳐 두었던 밤색 코트에 팔을 찔러 넣었다. 물론 저런 소리를 듣는다 한들, 요즘 같은 안전 불감증 세대들은 한 번 몸을 부르르 떨고는 바쁜 일상 생활 속에 그런 주의 따위는 잊어버리고 만다. 히토카도 다를 바 없었다. 분명 오늘도 늦은 시각까지 컨펌과 수정을 반복하다보면, 이런 뉴스 보도 따위는 말끔히 머리 속에서 지워져 있을 게 틀림 없었다.


     "후. USB 챙겼고, 핸드폰 챙겼고, 열쇠 챙겼고…. 다 챙겼나? 아! 정기권, 정기권…. 으, 오늘도 커피는 물 건너 갔네."


     핸드백을 뒤적거리며 잊은 물건이 없나 확인을 하고서는, 슬쩍 곁눈질로 TV 화면의 우측 상단을 살핀다. 현재 시각과 오늘의 날씨 등이 표시 되어 있는 부분이었다. 이런, 벌써 아슬아슬한 시각. 꽤나 알아주는 회사에 입사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이 놈의 회사는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도 일의 연속이었다. 덕택에 늘 아슬아슬한 시각까지 컴퓨터를 두들긴 후에 쪽잠을 자고, 아슬아슬한 시각에 기상하여, 아슬아슬한 시각에 집을 나서는 나날을 반복하고 있었다.

     요즈음에는 연말 정산까지 다가와서 정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만 같았다. 얼마나 바쁘냐 하면, 큰 맘 먹고 사 놓은 커피 머신기로 커피 한 잔 못 내려 마시고 있을 정도로 바빴다. 뿌드득. 뿌드득. 어깨 관절을 한 번씩 스트레칭으로 풀어주며, TV의 전원을 끄고 현관으로 가 겨울용 부츠에 발을 구겨 넣는다. 아직 신입인데도 이정도인데, 승진이라도 하는 날에는….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 거리는 것 같다. 자신보다 몇 년인가 입사 선배인 시미즈만 봐도, 사람 사는 몰골이라고 할 수 없었기에 히토카는 자신이 승진을 한다손 쳐도 마냥 순수하게 기뻐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철커덩. 끼익. 탕. 찰칵.

     신발 앞 코로 톡톡. 바닥을 한 두 번 쳐주고, 문 단속을 한 번 더 한 후, 복도를 꺾어 엘리베이터 앞에 선다. 버튼을 누른다. 층수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걸 보니, 엘리베이터는 금방 내려올 듯 싶었다. 곧 경쾌한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스르륵- 열렸다. 한 두 명 정도가 각자 구석 자리를 맡고 서 있었다. 히토카는 그들이 눈치를 못 챌 만큼 고개를 까닥이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스르륵. 문이 닫히고. 위이잉.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미끄러지며 하강한다.

     하아. 벌써부터 피곤하다.

     띵! 고층 아파트의 윗 층에 산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시간에라도 잠깐 눈을 붙일 수 있을텐데. 그런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감았던 눈을 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구석에 있던 두 명이 히토카보다 먼저 내리기 위해 몸을 출구 쪽으로 내밀었다. 그 탓에 히토카는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 했기에 히토카는 그들의 뒷 모습을 지상에서 최대한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 주었다. 사람 뒷통수에 눈이 있다면, 저들은 아마 지금쯤 시력을 잃었을 지도 모른다.

     직장인에게 아슬아슬한 시각인 건 이해하는데, 아니 그럼 좀 일찍 나오던가! 그런 생각을 하며 히토카는 핸드백을 뒤적거려 자동차 키를 꺼내었다. 어젯밤 지하 주차장이 다 차서, 단지 앞에다 주차를 해 놓았던 것을 기억해낸다. 삐빅. 덜컥.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나고, 차 문을 열고 운전석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조수석에 대충 핸드백을 던져 놓고, 차 키를 꽂아 돌려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시원한 엔진 소리와 함께 네비게이션 등에 전원이 들어온다.


     "으으, 추워라…. 오늘 몇 도랬더라…. 아 그러고 보니까 눈 마크 있었지, 어쩐지. 그래서 어젯밤에 그렇게 추웠구나."


     히토카는 부르르- 몸을 떨며, 히터를 틀었다. 우우웅. 따뜻한 바람 소리가 나기 시작해서, 벌써부터 몸이 녹는 기분이 들었다. 철컥. 마지막으로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핸들에 손을 올렸다. 후우. 운전대를 잡은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늘 운전대를 잡는 건 낯설고 긴장 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히토카 마냥 간이 콩알만한 경우에는 더더욱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운전대를 잡을 적 마다 자신의 미스로 대형 사고가 터지는 장면이 자동으로 시뮬레이션이 된다.


     "…오늘도 가내평안. 안전제일. 세계평화."


     룸미러에는 그런 히토카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유명한 신사에서 사 온 오마모리(お守り:부적)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 오마모리들을 보며 짧은 기도를 올리고, 오늘 하루도 평탄히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히토카는 엑셀을 밟는다.

     오늘 하루도 별 일 없이 지나가기를.



    *



     "수고하셨습니다아."

     "야치 씨, 수고."

     "아, 수고하셨습니다."


     오늘도 정신 없이 컨펌과 수정을 반복하다보니, 어느 새 퇴근 시각이 훌쩍 넘어 있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정시 퇴근은 회사의 높으신 분들 마저 꿈도 꾸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바빴다. 이미 저녁을 먹기에도 조금 늦어버린 시간. 팀장이 모두에게 퇴근을 권고하고 나서야, 하나 둘씩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팀장의 퇴근 권고에도 '당장 내일까지 넘겨야 하는 일이 있어서….'라며 울며 겨자먹기로 자판을 두들기는 팀원들도 몇 있었다.

     히토카는 그들에 비하면 아직 살만한 상황이었지만, 히토카 역시 집에 가져가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꽤나 쌓여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단 회사를 벗어난다는 생각만 하면 손놀림이나 발걸음이 경쾌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히토카가 정신 없이 짐들을 꾸리고 있을 즈음, 파티션 건너에 앉아 있던 시미즈가 슬쩍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히토카를 불렀다.


     "히토카 쨩, 혹시 오늘 무슨 약속 있어?"

     "네? 아니요. 딱히 약속은 없는데…. 무슨 일이세요?"

     "저기, 미안한데…. 오늘까지 거래처에 건내줘야 할 서류가 있어서…. 웬만하면 퀵 쓰려고 했는데, 지금 밖에 눈 장난 아니잖아? 그래서 좀 곤란한 상황이라. 내가 직접 전달해야 할 판국인데, 보다시피 나는 오늘 자정까지 넘겨야 할 일이 있어서…. 마침 거래처, 히토카 쨩 집 근처기도 하고. 그래서 정말 미안한데, 이것 좀 거래처에 전달해 줄 수 있을까?"

     "아… 네, 뭐 그 정도야 어렵지 않죠."

     "진짜? 정말 고마워, 히토카 쨩. 진짜 미안해. 내가 나중에 밥 한 번 쏠테니까."

     "아니에요,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맘 쓰지 마세요. 그럼 저 먼저 들어가볼게요. 내일 뵈요~."

     "응, 히토카 쨩. 조심해서 들어가."


     히토카는 시미즈가 건내 준 서류 봉투를 핸드백에 넣고서, 시미즈와 남아 있는 몇 팀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렸다. 곁눈질로 본 창 밖은 어느 새 함박 눈이 살짝 거세다 싶을 정도로 내리고 있었다. 아-, 차 엄청 밀리겠는데…. 히토카는 손목 시계를 확인하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차로 가는 거 보다는 전철을 이용하는 게 훨씬 현명할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차 끌고 가면…. 퀵을 쓰나, 내가 가나. 오십보 백보일거고."


     하아. 결국 오늘은 회사에 차를 놓고 가는 수 밖에 없겠네. 히토카는 한숨을 쉬며 주머니에 넣어 놓았던 차 키를 핸드백으로 던져 넣었다. 자신에게 귀찮은 일을 떠맡긴 시미즈가 딱히 밉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조금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띵. 스르륵.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고, 저도 모르게 지하 주차장 층수를 누를 뻔 하다가, 가까스로 1층 로비로 위치를 틀었다.

     퇴근 시각에서 꽤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사내에는 이미 히토카네 팀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은 듯 보였다. 1층까지 내려가는 동안 단 한 번도 엘리베이터가 멈추지 않고 매끄럽게 내려갔다.


     "진짜 부서 이동 하고 싶다…."


     히토카는 부질 없는 생각을 중얼거리며,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



     회사에서 나온 히토카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는데, 이미 눈이 꽤나 쌓여 있는 상태였고,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아, 역시 그냥 차를 타고 나오는 게 나으려나. 이 눈 밭을 힐을 신고 걸어, 회사로부터 꽤 떨어져 있는 역까지 갈 생각을 하니 눈 앞이 막막했다. 그냥 스니커즈나 신고 올 걸. 오늘은 뭐 때문에 이리 멋을 부리고 나왔담. 하지만 이제사 다시 사무실로 올라가 예비용 신으로 갈아신고 나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히토카는 한숨을 쉬며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아아, 우산이라도 가져올 걸."


     당연히 퇴근 시에도 자가용을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산 같은 건 챙길 생각도 못 했는데. 지금 이 상황은 어찌보면 예상치 못한 트러블이다. 기상도 그렇고. 오늘따라 뭔가 좀, 꼬이네. 히토카는 그렇게 생각하며 바닥을 보며 한 발, 한 발, 조심조심 발을 딛었다. 조금이라도 삐끗 했다간 인생이 황천길로 급커브를 틀어버릴 것만 같아 머리 끝이 쭈뼛 섰다.

     그렇게 조심, 조심 걷다보니 어느 새 역에 도착해 있었다. 역에는 많은 양의 눈으로 인해 집으로 돌아가질 못하고 발이 묶여 있는 듯 보이는 사람들이 몇 몇인가 보였다. '어쩌긴,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도 가야지.' '아, 오빠 데리러 와 줄 수 있어?' 따위의 소리를 들으며, 핸드백에서 정기권을 꺼내 들었다. 거래처는 여기서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눈이 쌓인 경우라면 가까운 역도 운행이 중단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역무원을 찾았다.



    *



     "하아…. OO 빌딩까지 부탁드려요."


     히토카는 가까스로 잡은 택시에 몸을 밀어 넣으며, 목적지를 말했다.

     급하게 찾은 역무원은 눈 하나 깜빡임 없이, 아주 냉정한 표정과 딱딱한 말투로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아예 모든 전철이 운행 중단 되었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아니, 그럼 나보러 어쩌라고! 하지만 그런 걸 역무원에게 따져봤자 그만큼이나 시간 낭비인 일은 없을 것이었기에, 히토카는 벌어진 입을 다물고 몸을 틀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원해서 전철 운행을 멈춘 것도 아니고, 천재지변에 당해낼 자가 있으랴.

     그렇다고 차를 가지러 이 눈 밭을 다시 걸어 회사까지 가는 것은 생각만 해도 온 몸의 털이 쭈뼛쭈뼛 서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히토카는 택시를 잡기로 마음 먹었고, 꽤 긴 시간을 거리에서 발을 동동 거린 결과, 겨우 지나쳐가는 한 대를 붙잡아 탈 수 있었다. 그래도 이런 악천후지만 퇴근 시간이 지난 시각이라 도로가 조금 널널하다는 게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다.

     목적지를 말하고, 한숨을 쉬며 핸드백을 뒤적거리던 히토카를 룸미러로 흘끗 흘겨보던 기사는, 꽤나 수다를 떠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인지 적막을 깨고 히토카에게 먼저 말을 걸어 왔다.


     "OO 빌딩, 이라면 최근에 그, 살인 용의자가 마지막으로 목격 되었다는 곳 바로 근처지 않습니까?"

     "…네? 아, 아아…. 그런가요? 저는 잘 모르겠어서…."


     핸드백을 뒤적거리는 데 여념이 없었던 히토카는 기사의 말을 흘려 들으며 대충, 겉핥기 식의 대답을 했다. 그에 기사는 '아 이 사람은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 없어 보이는 구만' 따위의 생각을 한건지, 그 이후로 뚝 입을 다물어 버렸고,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택시 안은 적막 그 자체인 상태였다.


     "1,520엔 되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이도 나왔네…. 이거 시미즈 선배한테 청구해도 되려나. 어떻게 영수증 처리 안 되나? 그런 생각을 하며 히토카는 거세지는 눈길을 한 손으로 막아보려 노력하며, 거래처 건물 안으로 발을 놀렸다.



    *



     "휴우."


     거래처 사무실에 들어가 담당자에게 서류를 건내자, 담당자가 이런 날씨에 직접 가져다 주시다니, 너무 죄송하다며 연신 머리를 숙이며 사과를 하는 탓에 히토카는 예상보다 더 늦게 거래처에서 나올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을 바래다 주겠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 그러실 필요 없다며 극구 사양을 하고 내려오자 기를 다 빨린 것만 같았다.

     정중하게 사양을 하는 히토카의 말에 '하지만, 요즘 이 근처가 너무 뒤숭숭해서…….' 라고 말을 흐리는 담당자의 말에 아침에 봤던 뉴스와, 방금 전 택시 기사의 말이 오버랩 되며 머리 속에 떠올랐지만 애써 웃으며 그를 거절했다.

     거래처 건물에서 나오니, 이제는 아예 심야가 되어버려서 길가에 인적도 없고, 상점가들이 하나 둘 정리를 시작해, 조금 숭숭한 느낌이 들어 괜히 거절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사 다시 올라가, 뻔뻔히 '무서워서 그러는데 데려다 주실 수 있나요?' 라고 묻는 것도 말이 안 되고, 히토카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괜찮아 뭐, 나 같은 애를 범인이 신경이나 쓸까! 애시당초, 평범히 길을 나다니겠나. 그만큼 살인을 저질러놓고…. 말이 안 돼.'

     그나저나, 택시가 잡히긴 할까.



    *



     결국 택시는 잡혀 주지 않았다. 다들 이 심야에 충분히 걸으려면 걸어갈 수도 있는 거리를 굳이 택시를 타겠다는 손님을 태워주려고 하지는 않았던 이유도 있었고, 요즘 여러 이야기가 오르 내리는 동네인 만큼, 택시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준 탓도 있었다. 히토카는 결국 어쩔 수 없이 퉁퉁 부은 발에게 연신 사과를 하며 험난한 눈 밭을 천천히, 천천히 걸어가야만 했다.


     "이게 무슨 고생이야아…."


     장시간 밖에 서 있었던 탓에 온 몸은 추위에 뻣뻣하게 얼어 붙고, 이런 날씨에 힐까지 신고 혹사 당한 발은 퉁퉁 부어서 감각마저도 느껴지지 않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아, 오늘 왜 이렇게 안 따라주니. 히토카는 스타킹 한 벌로 이 추위에 맞서고 있는 제 다리를 주물거리며 울먹였다. 꼭 무슨 삼재라도 찾아온 것만 같았다. '하하, 여기서 뭐 마지막 피날레는 살인사건 용의자랑 맞딱뜨리는 건가? 최악이자 최상의 시나리오네.' 그렇게 생각하자 머리털이 쭈뼛 곤두 섰지만, 잠시 뿐이었다.

     몸을 피곤이 짓누르니 공포감이고 뭐고, 느낄 새가 없었다. 그냥 빨리 집에 도착해서, 이 지긋지긋한 힐을 벗어 던지고,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서 어깨까지 푹~ 담근 뒤, 따끈따끈하고 포근한 침대에서 도톰한 겨울 이불에 쌓여 잠이 들수만 있다며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래도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내일 시미즈 선배를 만나면, 오늘의 신세 한탄을 주절주절 늘어놓아야지, 그리고 비싼 거 얻어먹을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부득부득 이를 갈다보니, 어느 새 히토카는 자신의 집이 있는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 있었다. 회사를 떠난지 장장 몇 시간만인지. 감격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만 같았다.

     늦은 밤이라 그런지 단지에 불이 들어와 있는 집은 극소수인데다가, 경비 아저씨까지 순찰을 나가셨는 지, 경비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꿀꺽. 뭔가 조금, 공포 영화에 자주 나오는 시츄에이션 같다. 히토카는 고개를 붕붕 좌우로 돌리며, 그런 생각 하지 말자. 그런 생각 하지 마. 나쁘게 생각하니까 나쁜 쪽으로 흘러가는 거야. 긍정적인 거, 긍정적인 거. 라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우웅─.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덜커덩.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히토카는 재빠르게 엘리베이터 안에 몸을 집어넣고, 괜스레 닫힘 버튼을 빠르게 연타 했다. 찜찜한 느낌. 공포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시츄에이션이지 않는가. 심야, 혼자 타려 하던 엘리베이터에 누군가가 달려와 슥 몸을 비집어 넣고서, 한참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다가, 알고보니 그게 사람이 아니었다든지…. '아니, 긍정적인 생각을 하자니까!' 히토카는 애를 쓰며 며칠 전 본 귀여운 힐링 애니메이션을 떠올리려 무던히 애를 썼다.

     그러던 중, 엘리베이터는 히토카의 집 층수에 도달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익숙한 복도가 눈에 들어온다. 또각. 또각. 어두운 복도. 심야라서인지 이웃집들의 생활 소음도 들리지 않고 있다. 거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불빛이 켜져 있는 곳이 한 집도 없었다. '우리 층에는 아침형 인간들밖에 없는걸까? 한 명 정도쯤은 야행성 히키코모리가 있어도 상관 없잖아!' 아무도 듣지 못할 불만을 토해내며, 히토카는 겨우 자신의 집 현관문 앞에 도달했다.

     익숙한 문패를 보니 긴장이 풀리는 것만 같았다. 빨리 들어가서, 씻고 자자. 주머니를 뒤적거려, 열쇠를 꺼냈다. 열쇠를 현관문에 꽂고 돌리자, 철컥.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손잡이에 손을 올리고, 돌리자 문이 열리고, 이제 몸만 들어가면 되는─.

     그 순간.


     탁─.

     "……읍?!"


     누군가의 손이 히토카의 입을 막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히토카는 패닉 상태가 되어 몸을 버둥 거렸다. 하지만 놀란 상태에서는 제대로 힘이 들어갈리도 만무했고, 뻣뻣하게 굳은 몸은 제 의지대로 움직여주질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제 입을 틀어막은 손은 크고 투박한데다 힘도 어마어마해서, 자신이 아무리 목구멍으로 소리를 내질러도 소리가 퍼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뭐야. 이거 대체 뭐야. 숨이 서서히 막혀 온다. 멀어져가는 의식 중에, 누군가의 중저음이 제 귀를 간지럽힌다.


     "죽이진 않을테니까, 조금만 도와줘라?"

     "……?"


     그 목소리를 마지막 기억으로, 히토카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으, 으으……."


     몸이 뻐근하다. 살짝 두통도 느껴진다. 뭐지, 어떻게 된 거지? 나, 어제……. 기억을 더듬으며 눈을 깜빡였다. 뿌연 시야에 익숙한 제 방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리고? 사람, 형상 같은 게…… 사람, 형상?


     "……읍! 읍!? 으읍! 읍읍!"


     히토카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몸은 의자에, 벨트를 이용해 꽁꽁 묶여있는 채로 입에는 테이프까지 칠해져 있었다. 이게, 이게 대체 뭐지? 패닉 상태에 들어가려 하는 자신의 정신을 가까스로 다잡으며 어제의 기억을 찬찬히 더듬어 보았다. 어제는 정말로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날이었다. 여러모로 악재가 겹쳐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피로했다. 갖은 악재 속에서 겨우 집 앞에 도착해서, 침대로 뛰어들 생각만으로 문을 열었는데, 그 때─ 누군가가 자신의 배후에서 자신을 덮쳤다. 그리고, 그 이후의 기억이 없다.

     그 누군가는, '도와달라'고 했던 것 같다. 도와? 도와달라고? 도와달라는 사람의 행동이 지금 이거야? 집 주인을 꽁꽁 묶어서 포박 해 놓는거? 아니 부탁을 하는 사람의 자세가 글러 먹었잖아! 사람이 너무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 의외로 정신이 맑아진다더니, 아마 히토카는 지금 그런 상태인 듯 했다. 괴한의 행동에 태클까지 걸어가며, 예의범절을 따지고 있다.

     바깥을 보니 아직 해는 뜨지 않은 거 같은데,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던 거지……?


     "어, 깼네?"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보며, 상황을 살피고 있던 순간, 정신을 잃기 전 들은 목소리가 히토카의 귀에 박혔다.


     "……."


     소리가 난 곳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에는 꽤나 커다란 체구의 남성이 서 있었다. 어두운 방 안인데다 그림자가 짙게 져, 제대로 된 인상 착의까지 판단을 불가능 했지만, 대충 20대 초중반 정도로 보였다. 운동을 했는지, 잘 보이지 않음에도 그의 몸이 좋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아마 힘도 장사가 아닐 것 같다고 생각했다. 쓰러지기 전의 느꼈던 그 손 힘만 해도…… 히토카는 침을 꿀꺽. 삼켰다. 심기를 거슬렀다가는 한 방에 저승 행 열차 특급 프리 패스를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묶어 놓은 거 미안. 근데 다들 그렇게 안 해 놓으면, 기절했다 깨서 난리란 말이야. 엄청, 시끄럽게. 빼액. 빼액. 지가 무슨 버려진 동물원에 히스테릭한 원숭이냔 말이지."

     "……?"

     "─죽여버리고 싶게."


     팟─.


     "흡……!!"

     "푸, 푸하하하! 놀랐어? 미안. 미안. 장난이었는데. 이 집 주인 분은 꽤나 쫄보시네~?"


     목소리를 내리깔며 천천히 말을 이어가던 그는 훅, 갑작스럽게 히토카의 앞으로 다가와서는 그 커다란 손을 순식간에 얼굴 앞으로 가져다 댔다. 그에 놀란 히토카가 까무러치며 몸을 들썩이자, 그는 웃음보를 터트리며 사과하고는 장난스럽게 히토카가 묶인 의자 주위를 뱅글뱅글 돌며 키득거렸다.


     "있잖아. 나 좀만 도와주면, 너한테 아무~짓도 안 하고 풀어줄게. 약속해. 진짜 나 약속 하나는 잘 지키는 놈이야. 아, 그리고 솔직히 까자면 너 진짜 내 취향이거든? 얼굴이며, 몸매며. 따악 내 취향을 빼다 박어놨어. 그래서 솔직히 지금 존나 박고 싶거든? 근데, 니가 나 좀만 도와주면, 아무~짓도 안 할게. 박지도 않을거고, 너한테 흠집 하나 안 낼거야. 어어, 돈은 좀 빼갈지도 모르겠다. ─암튼. 그러니까. 좀만 도와주라?"

     "……으읍?"

     "아, 미안. 이래 놓으니까 대답도 못 하겠네. 으음, 떼어줄게. 근데~. 소리 지르거나 하면……. 알지? 나 시끄러운 거 진~짜 싫어해. 그래서 경찰들도 싫어해. 떼액. 떼액. 혼자 있으면 씨발 아무것도 못할 새끼들이. 두 명, 세 명 붙어가지고 애앵~ 애앵~. 존나 시끄럽게 군단 말이야. 알았어? 소리 지르기만 해 봐. 아까 전에 약속했던 거 썅 다 취소야."

     "……."


     끄덕.


     히토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씨익(잘 보이진 않지만, 그런 것 같았다). 입꼬리를 올리고는, 천천히 손을 뻗어 히토카의 입에 발려져 있던 테이프를 촥- 뜯어냈다. 상대방은 전혀 생각지 않고, 거칠게 떼어낸 탓에 히토카의 입 주변이 벌겋게 올라왔다. 아파.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야, 대답 해야지, 뜯어 줬으면."

     "……아, 으, 알았, 어요……."


     욕이 튀어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꾹 참았다. 이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다. 괜히 심기를 거스르는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내 몸을 위해서. 히토카는 입술을 깨물었다. 빨리 이 지옥같은 시간이 지나주길 바랐다. 대체 어째서 자신인걸까. 왜. 대체 무엇 때문에. 굳이 자신이 아닐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인생을 나쁘게 산 것도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왜. 내가 뭘 잘못 했다고.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괜히 그것이 그를 자극하게 될 지도 몰랐다. 히토카는 더욱 입술을 세게 깨물며, 눈물이 차오르려는 것을 참았다. 그런 히토카의 노력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그는 여전히 장난스러운 말투로 묻지도 않은 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야아~ 너 지금 무슨 생각 하는 지 내가 맞춰볼까~?"

     "……?"

     "너 말이야~ 지금, 왜 하필 나야? 하는 생각 했지?"

     "……!"

     "너 같은 애들 다 그래. 이렇게 묶어 놓고서 있으며언, 왜 자기냐고 그러면서 막 울어. 자기가 뭘 잘못해서 그러냐고. 그러면 난 이렇게 말하는 거지."


     "아무 이유 없는데?"


     "큭, 푸하하하하! 그러면 다들 사색이 되어서는, 소리를 고래~ 고래~ 지르는 거야. 그러면 그게 얼마나 듣기 싫은지. 아아, 정말. 너무 화나서 천천히 즐길 거를 한 번에 푹! 쑤셔서 죽여버리게 된다니까. 아아, 정말. 아깝게. 어떻게 잡은 년인데. 진짜."

     "……."


     미친놈…….


     "솔직히 말해서 정말 누구라도 상관 없었거든, 오늘은. 그냥 좀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고. 근데 솔직히 이런 날씨에 이런 시각에 이런 내 취향을 빼다 박은 거 같은 여자가 혼자 돌아다닐 줄은 몰랐어~? 요즘 매스컴에서 떠들지 않았어? 나 조심하라고."

     "……!"


     그럼 잠깐, 그 매스컴에서 줄기차게 난리를 쳤던 주인공이 바로 이 자식이란 말인가? 히토카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벌떡 쳐들었다. 그러자, 히토카의 눈 안에 그의, 아니 그 새끼의 얼굴이 들어찼다. 커지는 동공을 막을 방법이 없다. 창문 사이로 희미하게 달빛이 들어 차기 시작하자, 그의 얼굴과 이목구비를 서서히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꽤 길게 그리고 아무렇게나 내려앉은 앞머리는 눈을 덮을 듯 말 듯, 아슬아슬했고 그 아래의 뾰족하게 치켜 올라간, 인상이 더러워 보이는 삼백안은 달빛에 번뜩이며 히토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못 들어본 거 아니지? 내 이름."

     "……이, 이름은, 모르겠는데요."


     살짝 더듬거리며 내뱉은 말에 그의 동공이 수축하는 것이 보인다. 그러고는 히토카를 향해 내리고 있었던 상체를 홱, 치켜들고서 고개를 까딱 거린다. 심기를 거스른걸까? 하지만 모르는 걸 안다고 할 수는 없잖아. 긴장감에 이마와 손 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집 안의 공기도 여느때보다 무겁게 내려앉은 느낌에 숨을 쉬는 것이 힘겹게 느껴졌다.


     "흐음~. 매스컴에서 내 이름 말 안해주던?"

     "……적어도, 제가 봤던 뉴스에서는요……."

     "정말? 씨발, 왜지? 나름 유명해졌다고 생각해서 내 이름도 전국 방방곡곡 다 알려졌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야! 너도 그렇게 생각 안 해? 무려 지금 내가 죽인 사람만 10명이 넘는데! 진짜 말도 안 돼. 정말 너무 한다고 생각 안 하냐? 대체 몇 명을 더 죽이면 유명인사가 되는거야~. 아아~."

     "……."

     "하아. 뭐, 어찌되든 상관 없지만. 이미 뒈질 목숨."

     "……?"

     "……왜, 궁금해? 너도 진짜 이상한 새끼구나? 내가 약속 같은 거 다 이빨 깐거였고, 이대로 너 가지고 놀다가 죽여버릴 수도 있는 상황인데 지금, 나 같은 살인마 새끼 얘기가 궁금하냐?"


     그런 말을 듣고 보니 그렇다. 히토카는 자신의 안전불감증이 조금 심각한 수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히토카가 골똘이 생각에 잠긴 것을 보자, 그는 질렸다는 듯 두 손을 들며 털썩. 히토카의 앞에 놓인 침대 위에 몸을 얹혔다.


     "진짜 이상한 년이네. 보통 패닉 상태에 빠져야 정상 아닌가? 내 참."

     "죄, 죄송해요…."

     "야, 너 진짜 병신아냐? 정신과 한 번 가보는 게 어때?"


     누가 누구한테 지금 정신과를 추천하는 거야? 히토카는 저도 모르게 살짝 볼을 부풀렸다. 자신의 행동에 제가 더 놀라, 황급히 바람을 빼고는 아무 일 없었던 것 마냥 행동했지만. 뭔가 이 사람, 매스컴에서 그렇게 떠드는 만큼 위험한 사람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계속 섞어보니, 말투야 조금 거칠어도 그냥 그 정도로 자신과 별다를 바 없는 사람 같았다. 아니 그보다도 더, 위태로워 보이는 것이, 자신의 약함을 감추기 위해서 더욱 저를 화려하게 치장하는 동물과도 같은 느낌…….


     "뭐, 아무튼…. 이름 정도는 말해줄게."

     "……."

     "쿠로오."

     "쿠로오……."

     "쿠로오, 테츠로야. 네 이름은… 뭐 알 필요 없겠지. 어차피 한, 하루 이틀 후면 다시는 안 볼 사이에."


     그는 까딱, 까딱.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서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내쉬었다. 척 보기에도 많이 지쳐있는 모습이었다. 그 때문에 위태로워보인걸까? 하지만 그것 외에도 그는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려있는 것만 같이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정신이 극한으로 내몰리지 않는다는 것도 조금 우스운 얘기였지만. 그러니까 요는, 그가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어보인다는 것이었다.


     "……하아. 피곤하다. 진짜. 죽을 거 같아."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침대 위에 몸을 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쌔액. 쌔액.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럽게 떠들던 녀석이 입을 다물고, 방 안에는 정적만이 맴돌았다. 주변이 조용해지니, 감정이 가라앉으며 냉정하게 상황 판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일단, 그가 약속을 지켜줄 지는 미지수지만, 약속을 안 지켜준다 한다손 치더라도 지금 여기서 그의 심기를 거스르는 짓 만큼은 논외인 것 같았다. 일단은 그에 말에 최대한 따르고, 되도록 쓸데 없는 말은 삼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신고를 할 수 있다면 럭키겠지만…. 그건 정말 확실한 기회가 있을 때 노려야 할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끽해서 신고를 하려는 행동이 발각되었다간 무슨 짓을 당할지 몰랐다.

     그가 말했던 것 처럼, 약속이고 나발이고 바로 찢어 발겨질 수도 있었다.

     꿀꺽.

     아무리 그가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어보인다 해도, 제 입으로 말했듯이 그는 살인범이고, 현재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사람이 퓨즈가 나가면 무슨 짓을 저지를 지 알 수 없다. 그러니까 그가 아무리 정상처럼 보인다 해도, 그 속이 어떻게 되있을 지는 알 수 없는 일이고. 이상한 자극은 최대한 주지 않는 것이 상책일 것이었다. 하아. 이게 무슨 일일까.


     "……자려면 씻고나 자지."


     그가 들을 턱이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히토카 또한 서서히 밀려오는 피로감을 견디지 못한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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