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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야치우시] 집착執着 00야치른(谷地受け)/etc 2016. 3. 4. 02:35
"오늘부터 이 집에서 함께 살게된, 히토카란다. 토오루, 좋은 오빠가 되 줄 수 있겠니?"
어머니의 그 말을 들었을 때, 아직 어렸던, 그리고 순수하고 영악했던 오이카와 토오루는 생각했다. '새로운 장난감이 들어왔다'고.
* * *
자상하시고, 남을 돌보기를 좋아하셨던 토오루의 어머니였기에 히토카는 이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히토카는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이복동생이라니. 아직 어렸던 토오루도 그 단어가 뜻하는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고 있었다. 히토카가 복도를 지날적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하인들은 그녀가 모습을 감추자마자 입방정을 찧어대기 바빴다. 토오루는 남 몰래 그런 입방아들을 주워 듣고서는 사건을 제 입맛대로 짜맞추는 것이 취미 중 하나였기 때문에 토오루가 히토카가 이 집으로 오게 된 경위를 알게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처음 봤을 때 부터, 토오루는 히토카를 동생으로 보지 않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사람으로조차 보지 않고 있었다. 어머니가 이 넓은 저택에서 심심해할 나를 위해 데려온 장난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어려서부터 영악하고, 잔인했던 토오루에겐 많은 전담 하인들이 붙었었지만 다들 얼마를 견디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고 말았다. 다시 말하자면, 이제 토오루가 가지고 놀 하인은 이 저택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이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된 것이 히토카였던 것이다.
물론 토오루의 어머니가 정말로 그 어린 소녀를 골칫덩어리인 자신의 아들에게 줄 장난감으로써 데려왔을리는 만무했지만. 제 어미가 아무리 심성이 곱고, 자상하다한들 결국 본질은 한 사람의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히토카는, 질투를 불러일으킬만한 불씨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게다가 그녀는 히토카를 이 집에 데려와 준 것만해도 이미 제 도리를 다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녀가 히토카를 싸 안고 돌며, 토오루에게서 지켜줄 일은 만무했다.
결국 히토카는 토오루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집에서 아무도 히토카에게 손을 뻗어주는 이는 없었다. 그저 히토카는 토오루가 시키는 대로, 토오루가 휘두르는 대로 휘둘릴 뿐이었다. 모든 걸 포기한 사람마냥, 히토카의 눈에는 생기가 돌지 않았다. 밥을 먹지 않을 적도 많았다. 가녀린 팔과 다리는 더욱 앙상하게 메마르고, 생기가 돌던 핑크빛 뺨은 어느 새 핏기가 빠진 채 백짓장마냥 하얘져 있었다. 토오루가 자신을 가지고 놀다 지치거나, 질려 바닥에 내던지면 그 채로 일주일을 넘게 움직이지 않은 날도 있었다.
그렇게 쓰러져 있는 히토카를 보고 지나가던 하인이 혹여 죽은 게 아닐까 싶어 달려와 히토카를 챙겼고, 히토카는 그제야 의사 앞에 내보여질 수 있었다. 의사는 히토카의 몸 상태가 죽기 직전까지 내몰려 있다고 진단했다. 토오루는 그 소리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것은 생전 처음 느끼는 감정이어서, 자세히 정의할 수는 없었지만. 그 중 토오루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건 분노였다.
설령 신이라고 해도, 제 소유의 것을 멋대로 가져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분노.
그 때부터 토오루는, 이상(異常)적으로 히토카를 싸고 돌기 시작했다. 너는 언제나 온전한 상태로 내 옆에서 숨쉬어야 해. 내 옆에 두기 아깝지 않게, 극진하게 모셔줄테니까. 감사히 여겨. 히토카는 그저 토오루가 시키는 대로 따를 뿐이었고, 토오루는 그저 히토카를 제 멋대로 휘두를 뿐이었다. 그런 식의 관계가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히토카도, 토오루도,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관계가 틀어진다거나,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언제까지나 휘둘리고, 휘두르는 관계로. 토오루가 그것에 질릴 때 까지.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
* * *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 새 토오루와 히토카는 나이를 먹었다. 토오루는 어렸을 적 부터 뽐내던 미모가 도망가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출중한 미남으로 자라났다. 그것에 대해선 모두가 의아한 마음을 갖지 않았다. 어렸을 적 부터 근방에서는 유명했던 그였으니까. 그보다도 의외였던 것은 히토카였다. 어렸을 적에는 아무리 토오루가 돈을 퍼다 나르며 꾸며대도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던 외모였다. 평범하디 평범해서, 위화감 없이 군중 속에 스며들 것 같은 그런 그녀가 나이를 먹고 성장하자, 누가 봐도 입이 벌어질 듯한 미녀로 성장한 것이었다.
모두가 그 변화에 놀랐지만, 가장 놀란 것은 토오루 본인이었다. 어렸을 때는 아무리 그녀를 꾸미고 닦아도, 공 들인 시간이 아까울 뿐이었는데, 지금은 꾸미는 족족 그녀가 뿜어내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미칠 것만 같았다. 그는 마치 기생의 치마폭을 탐내듯이 그녀 주위를 졸졸 맴돌게 되었다. 어렸을 적과는 사뭇 다르게 토오루는 히토카에게 목을 매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진실된 마음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냐고 하면 그건 확실히 아니었지만.
그러나 히토카의 성격만은 여전히 어렸을 적과 다름이 없어서, 변함없이 시종일관 입을 다물고 표정 없이 토오루에게 휘둘리고 있었다.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
"도련님, 와카토시 도련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
"뭣, 그 자식, 유학갔었잖아?"
"오늘 귀국하신 모양입니다. 우시지마 그룹에 문제가 생긴 듯 해서…, 지금 주인 어르신께 인사 드리고 계세요."
"아아, 진짜 싫다. 난 그 새끼 정말 맘에 안든단 말이야. 또 여기서 같이 사는 거야? 어렸을 때 처럼? 진짜 좆 같네."
"……."
"마님께만 인사 드리고 오신다 하셨으니, 그리 알고 계세요."
"아아아…."
히토카는 그 둘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 처음 듣는 이름. 흥미가 갔지만, 입을 열어 그가 누구냐고 질문하지는 않았다.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을 초래하는 지, 히토카는 이미 예전에 통달했다. 토오루가 히토카에게 집착하기 시작했을 때 즈음, 저택에는 히토카 또래의 어린 아이가 들어오게 되었다. 젊은 하인의 아들이었는데, 무척 밝고 명랑한 아이였다. 모두가 쉬쉬하는 히토카에게도 먼저 말을 걸어주고, 유일하게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었었지만…….
"히토카? 무슨 생각해?"
"……아무것도……."
옛 생각을 하고 있었다-라고 말 할 수 있을리 만무했다. 토오루는 히토카가 자신 외의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을 끔찍이도 경멸했다. 히토카는 손에 들고 있던 책으로 다시 시선을 떨구었다. 토오루는 이제 자신을 '야'라던지 '너' 따위로 부르지 않는다. 제대로 저를 이름으로 불러주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예전보다 어느정도는 그는 자신을 사람으로써 취급해주고 있었다. 나름의 평화라고 부를 수 있는 이 틀을, 히토카는 깨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추호도 없었다.
"흐음…."
"……."
"히토카는 와카토시가 궁금하지도 않아?"
"……별로."
"흠…."
"……."
히토카는 떨리는 눈빛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도록 노력했다. 책의 내용 따위는 이미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지만, 필사적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내어, 머리 속으로 우겨 넣었다. 토오루는 미심쩍인 얼굴로 히토카의 표정을 읽는 듯 싶더니, 곧 고개를 돌리고는 핸드폰을 두들기며 태연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하긴. 다른 놈한테 관심이라도 가졌다간 넌 죽지. 내 손에."
참으로 담담히도 읊어내는 무시무시한 소리에, 히토카는 저도 모르게 손 끝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꿀꺽. 그에게 들키지 않게 마른 침을 삼키고는 떨리는 손 끝을 진정시키며 페이지를 넘겼다. 책은 그녀에게 있어 도피처이자 방어막이었다. 그녀에게서 그를 차단해주고, 그녀를 현실에서 격리시켜 줄 유일무이한 것. 그래서 그녀는 철이 들 쯤부터 책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오이카와."
그 순간, 처음 들어보는 저음의 목소리가 미닫이 문 너머에서 들려와 히토카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큰 실수였다. 어떤 누가 와서 어떤 짓을 하던, 그녀는 토오루 이외에 그 누구에게도 반응을 보여선 안됐다. 그것이 이 평화의 틀을 만드는 협정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히토카 자신이 깨 버리고 말았다. -툭. 제 행동에 제가 놀라 히토카는 들고 있던 책을 힘없이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것 또한 큰 실수였다. 여지없이 그 외에 다른 누군가에게 동요하는 꼴을 보여버렸다.
-쾅!
"아흑!"
"……내가 죽는다고 안 했어?"
"읏, 으윽… 자, 잘못… 했…!"
토오루는 제 손에 의해 바닥에 고꾸라진 히토카의 목을 죄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 괴로워. 오랜만에 느껴지는 고통에 히토카는 바닥에 고꾸라진 채로 힘 없이 몸부림쳤다. 마치 어항에서 떠올려져 생 바닥 위에 떨어진 금붕어와도 같았다. 토오루는 씨익,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쾌감 같은 것. 엔돌핀이 샘솟는다. 꽤나 오랫 동안 막혀져 있었던 수도꼭지를 뚫은 것 마냥, 감정들이 쏟아져 나왔다. 더, 더 느끼고 싶어. 그녀의 목을 죈 손을 타고 올라오는 쾌감에 젖은 그가 이성을 잃고 다음 단계로 옮기려는 순간.
"오이카와!"
-탕!
"읏!"
"…컥! 크헉! 콜록, 콜록! 큿, 흐아… 하아…."
커다란 덩치의 청년이 토오루를 덮쳤다. 둘은 다다미 위를 구르며 고꾸라졌고, 그로 인해 토오루의 손에서 풀려난 히토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꿈틀 거렸다.
"여전히 제 정신이 아니군, 오이카와."
"……좆 같은 새끼……."
"하아, 하아……."
히토카는 흐려져가는 정신 속에,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안아 올리는 것을 느꼈다. 따뜻하고, 안심이 되는 품 속. 히토카는 저도 모르게 붙잡고 있던 정신의 끈을 놓아 버렸다.
이것이 우시지마 와카토시와 히토카의 첫 만남이었다.
* * *
피폐한 연성 소재 진단에 오이야치가 마침 이복형제, 영원한, 다급한 분위기 등이 나와서 그에 대한 연성을 한 번...
오이카와의 라이벌은 역시 우시지마지요.
히토카는 이제 우시지마에게 빠지겠지만, 우시지마는 과연 어떨지...
우시지마는 다정하다기보다, 그냥 자신의 가치관에 맞춰 옳으냐 그르냐... 그 정도 판단으로 움직이는 캐릭터에요 제 안에서.
그래서 그가 누군가를 도와준다면 그건 그가 다정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가치관에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에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아마 제 연성에서는 그런 캐릭터로 그려질 거 같아요 우시지마는.ㅇㅅㅇ..
그런 행동을 당해서(?) 그에게 빠지고, 그를 의지하게 되는 상대방으로써는 무척이나 상처겠지요 이런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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