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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카야치/조각글] 푸른 새벽
    야치른(谷地受け)/아카야치 2016. 3. 4. 01:30






    "전부, 돌려주세요."


    붉어진 눈시울에 핏줄이 올라선다. 너의 큰 눈이 눈물이 고이는 것을 받아내지 못한 채, 힘 없이 내려앉는다. 나는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다. 이제는, 어느 것이 옳은지 그른지. 옳고 그름조차 판단할 수 없다. 내가 지금에라도 달려나가 너를 이 품에 안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그저 너를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옳은 것인지. 너는 곧 힘없이 숙였던 고개를 바짝 쳐들고 격양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전부, 돌려주세요… 그러지 못한다면… 버려주세요…. 제발…."


    너는 버리라고 말했다. 내가 가진 너를. 내가 가진 너와의 추억들을. 내가 받은 네 마음을. 전부, 전부 내 손에서 놓으라고 말했다. 한아름 안은 너를, 한아름 안은 너와의 추억을, 한아름 안은 네 마음을. 너는 돌려줄 수 없다면, 버려달라고 말한다. 반쯤 벌려진 입술에선 아무런 말도 새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가슴 속에서 잔뜩 응어리가 진 말들은 좁은 목구멍을 통과하지 못하고 턱, 턱, 막혀 버려서 더 이상 목소리조차 낼 수 없게 만든다.


    "아카아시… 선배…."


    딸깍.


    나는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울먹이며 나를 부르는 너의 목소리를. 나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걸로 하기로 했다. 저 길가에서 나를 보고 눈물 짓는 너를. 나는 보지 못한 걸로 하기로 했다. 조금씩, 조금씩 떨리던 네 어깨가 더 이상 네가 참을 수 없을 만큼 흔들림과 동시에 너는 땅바닥으로 내려 앉는다.


    "으아앙…."


    이제는 어깨를 훌쩍 넘은 너의 금발이, 찰랑거리며 새벽 바람에 흔들린다.

    새카맣던 밤은, 어느 새 지나 있었다.


    아, 푸른,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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